'IPO 무산·투자심리 위축' 돈줄 마른 제약·바이오…하반기에는?
상반기 바이오기업 상장 연기·무산 잇따라
"상장 심사 과정, 기존보다 까다로워져"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 IPO(기업공개)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 수요예측 부진, 금리 부담, 상장 심사 기준 강화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여기에 벤처캐피탈(VC) 자금줄까지 마르며 바이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했다.
19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 심사를 통과했음에도 공모 절차를 중단하거나 보류한 상태로 남았다. 시장 신뢰도가 흔들리며 IPO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A 바이오텍과 B 바이오텍은 기술특례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일정이 멈춰 있는 상태다.
투자심리 위축은 공모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VC의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시장에서는 "투자할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 이후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술력은 있지만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기관의 평가 기준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자금 유입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력만으로는 어렵고, 실적 기반의 증명이 없으면 자금 유치도 공모도 힘든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장 심사 과정도 예년보다 까다로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는 기술특례 기업에 대해 기술성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회계 투명성, 중장기 사업계획 등 전반적인 경영 역량까지 강화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처럼 실질적 매출이나 제품화 성과 없이 기술력 또는 기대감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단단히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GC지놈의 IPO 흥행은 의미 있는 반전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 회사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547.5대 1, 일반청약에서 484.1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인 1만 500원에 확정했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2483억 원에 달했다.
GC지놈은 유전체 기반의 질병 예측·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며, IPO 자금을 활용해 임상유전체 분석과 액체생검 관련 기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실적 기반의 사업모델과 시장 확장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는 소수의 기업이 하반기 IPO 재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모가 현실화, 상장 이후 주가 흐름, 회계 이슈 등에 대한 부담으로 실제 시장 복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IPO 시장 회복은 단기간의 기술 이슈보다는 실적 기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나 매출 실적 등 검증된 모델을 보유한 기업들의 흥행이 중장기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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