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민망할 정도로 높은 자살률"…자살예방 정비 나서나
지난해 자살사망 1만4439명…예방사업 예산 562억, 일본 7% 수준
'컨트롤타워' 역할할 대통령직속위원회 구성…복권 등 각종 기금 활용해야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자살 대책 강화를 주문하면서 정부가 자살예방 정책 재정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자살 예방사업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버넌스 개편과 예산 확충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정말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높다"며 "예방 여지가 분명히 있다. 잘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1만 4439명으로, 하루 40명꼴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3명으로 OECD 평균(10.7명)의 2.6배에 달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줄곧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5년간 자살률을 18.2명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달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발표된 논문 '자살예방정책 시행 후 자살률 추세 변화'에 따르면 정부의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 초기 기존 추세 대비 월평균 100명 이상의 초과 자살이 발생했다. 실제 자살 사망자는 2023년 1만 3978명에서 지난해 1만 443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문제는 예산과 조직이다. 올해 자살예방 사업 예산은 562억 원으로 일본(2021년 기준 8000억 원)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자살예방센터는 직원 2~3명에 불과한 곳이 대다수다.
자살예방사업과 홍보, 상담, 교육 정책을 시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인력이 90명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2551명으로, 같은 해 자살 사망자의 5분의 1 수준임에도 교통안전공단 인원은 1800여 명, 도로교통공단은 3000여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 거버넌스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대통령 직속의 자살예방위원회를 설치해 조정 및 통합 기능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자살 예방 사업은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대상에 따라 교육부, 국방부,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의 업무임에도 현재는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란 '과' 단위에서 진행돼 부처 간 협력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살의 원인은 보건 등 의료적 영역 이외에도 복지, 노동, 경제 등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복지부 2차관(보건·의료) 산하 정신건강국 자살예방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어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살예방정책과를 자살예방정책국으로 격상하고 1차관(사회·복지) 산하로 옮겨 의료지원, 사회복지, 경제지원 등 통합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응급의료기금이나 복권기금, 주세 등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내 자살예방 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복권기금처럼 공공 목적성이 강한 재원을 투입하면 연간 수천억 원 규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자살예방 정책을 제안했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이윤호 사무처장은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를 정책국으로 승격한 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지원하고 행정 처리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며 "경제적 빈곤 문제, 가정 내 관계 문제,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복지 영역의 큰 틀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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