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이 양국관계의 최대 변수인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게 관리하자는데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 개선 흐름의 보폭도 크고,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가 16일 제기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은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우리 측에 '역사 문제 관리를 위한 3대 원칙'을 제안했다.

3대 원칙은 구체적으로 △단기적인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 것 △과거의 합의(정부 담화 등)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 등이다.

나가시마 보좌관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또 '3대 제안'이 대통령실에 직접 전달됐다는 점에서 일본의 이날 제안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일본이 '과거의 합의'를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이 '성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이 당장은 복잡한 국제 정세 대응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고, 양자 현안은 관리하자는데 공감대가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같은 제안에 화답하듯 이날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에서 영상 축사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관계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일이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시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장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둔 메시지로 읽힌다.

앞서 일본 조야에서는 전통적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중시한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뤄진 이시바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라며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한일 간 '전략적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일관계 개선의 불씨를 당겼다.

일본 내에서는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첫 대일 메시지에 대해 곧바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예상 밖 수준으로 한국의 새 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기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일은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연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중시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 현재를 관계 강화의 적기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일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활용해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관세 및 안보 현안에 대해 최대한 협력하며 '국익'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캐나다에서 한일 정상이 첫 대면을 할 예정으로,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전략적 협력'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도 이날 영상 축사에서 "곧 있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총리와의 신뢰와 우정을 쌓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해 캐나다에서 이뤄질 한일 정상의 첫 대면에서 유의미한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후 오는 19일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을 개최하기로 돼 있어, 한일 간 의미 있는 기념일을 계기로 한 상호 '릴레이' 우호 메시지 발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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