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신건웅 강수련 기자 = 3년 6개월 만에 되찾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의 주역은 외국인이다. 9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며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코스피에 복귀해 증시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증권가는 '삼천피'의 안착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가시화와 개인 투자자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6조 5225억 원(코스피·코스닥 합산)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이중 코스피에서만 5조 9804억 원을 순매수했다. 5월 한 달간 코스피를 1조 1656억 원어치 사들인 이들은 6월엔 4조 8148억 원을 순매수하며 '폭풍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스피는 5월부터 이날까지 18.20%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기대를 걸고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반기엔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가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로 다시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을 본격 추진하던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당시 외국인은 23조 282억 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고, 이는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코스피는 2896.43(7월 11일)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수 상승세는 둔화하기 시작했다. 연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까지 겹치며 외국인 이탈에 불을 지폈다. 결국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탈 행진은 지난 5월, 조기 대선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서며 멈췄다.

대선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됐다. ‘오천피’(코스피 5000)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영향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주 보호 강화와 불공정 거래 근절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국내 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며 외국인이 대선 직후부터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여파로 지수가 하락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국내 증시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 재집권 이후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소프트 파워도 약화됐다"며 "지난 2년간 미국으로 몰렸던 글로벌 유동성이 최근에는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비(非)미국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천피' 추가 상승을 위해선 기대감을 끌어올린 요인들이 실제로 가시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배턴을 넘겨받아 증시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시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발판이 하나 높아졌는데, (상승이 지속되려면) 상법 개정뿐만 아니라 기대감으로 반영된 모든 것들이 지켜지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개인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며 지수 하방 경직성을 강화했다"며 "2021년, 2027년 같은 개인이 지수를 견인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오버슈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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