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구축 지연 "AI만의 문제 아니다…반도체·철강도 발등의 불"
[AI시대 전력망③]산업용 전기요금 3년새 7회 인상
매출서 전기요금 비중 평균 10% 넘어…첨단산업 발목 우려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AI(인공지능) 시대보다 전기요금 오르는 게 더 무섭죠. 데이터센터 많이 지어야 하고 그럼 전기 수요가 늘어나서 전기요금 또 오르는 게 더 걱정입니다.
경기도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AI 시대'는 먼나라 얘기지만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계속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미 느끼고 있어서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기요금에 민감한 11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납부한 전기요금은 2022년 평균 481억 5300만 원에서 2024년 656억 6900만 원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매출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서 10.7%로 늘었다.
그러나 정작 발전소를 짓고도 전기를 운반할 전력망이 없어 생산하지 못하는 전력이 10.2GW(기가와트)에 달한다. 전력망 건설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삼아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는 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산업용 전기요금은 총 7회, 1kWh당 최대 80원이 올랐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은 전력망 인프라 구축 지연과 무관하지 않다. 전력망은 전기를 생산해 일반 가정과 산업시설 등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설비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력 발전 입지는 비수도권 지역에 편중돼 있지만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를 건설해 놓고도 발전을 못 하는 전력이 동해안 최대 7GW(기가와트), 서해안은 최대 3.2GW에 이른다.
전기요금이 오를수록 기업의 어려움은 커진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전기 요금이 ㎾h당 17원 오르면 △전자·통신(6248억 원) △화학(1110억 원) △1차 금속(648억 원) △자동차(586억 원) 등 주요 산업의 부담이 급증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설비를 가동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에 취약하다. 삼성전자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은 2만 9956GWh(기가와트시)다. 이중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2만 7042GWh로 90%를 차지했다.
국내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은 2만 3217GWh로 DS부문의 사용량을 세분화하진 않았지만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 역시 부담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2020년 국내 전기 사용량은 5만 4683테라줄(약 1만 5190GWh)에서 2023년 5만 4066TJ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연료비는 같은 기간 2조 894억원에서 2조 6232억원으로 5338억 원(25.5%) 증가했다.
철강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전기로는 고철을 전기로 녹여 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석탄을 연료로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취약하다.
경제계에서는 전력망 부족이 첨단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에 안정적 전력공급은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여름철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129.3GW로 전망된다. 2023년 98.3GW에서 약 31.5% 증가한 수준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확산으로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 산업 및 수송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위해 화석연료에서 무탄소 전원 중심의 전기화 수요까지 반영됐다"며 증가 이유를 분석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지난달 열린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국가 전력망 확충은 전력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발전과 산업 경쟁력 문제"라며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을 줄이고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rma1921kr@ueenq.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력망 구축은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전부터 송전에 이르는 국가전력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