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 70% "공공의료 실망"…이재명 정부, 해법 내놓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필수·공공의료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 발간
"병원 늘리기만으로는 부족…건강보험·요양보험 예산, 지방정부에 분배"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보건의료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은 공공의료의 역할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필수·공공의료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윤석열 정부 집권기이자, 의정 갈등이 극단으로 치솟던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 사이에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 정원 확대' 등 대형 의료정책을 연이어 발표했고, 의료계는 전국적 집단행동으로 대응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사 결과 공공의료기관의 수행 수준은 낮게 평가됐다. 국립대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수행 수준에 대해 '보통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71.7%였고, 지방의료원의 경우는 80.2%에 달했다.
그러나 필수의료의 핵심기관으로는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들은 공공의료의 핵심 역할로 '지역사회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 (64.3%), '취약계층 의료보장' (57.2%), '응급·중증 환자 진료' (56.4%) 순으로 지목했다.
다만 연구진은 공공병원이라는 존재만으로는 공공성이 실현되지 않으며, 기관의 실질적인 기능 수행과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기대하는 공공의료와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 간 괴리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심층면접조사에서도 공공의료 개념에 대한 해석이 좁고 불완전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다수 전문가는 한국의 공공의료 논의가 여전히 공공의료기관 중심에 머물고 있으며, 민간의료와 건강보험까지 포괄하는 공공성 개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2012년 개정을 통해 공공의료 수행 주체를 공공기관에서 민간의료기관으로 확장했지만, 정책 현장에선 여전히 공공의료기관 확충만이 강화의 전부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
공공의료의 개념은 제도화돼 있어 비교적 논란의 소지가 적었지만, 필수의료는 학술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규범적 개념이라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부각됐다. 연구진은 필수의료 정책을 수립할 때 이해당사자 간의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공공의료는 단순히 국공립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적 기능을 분담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공공의료 정책을 실효성 있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료권 확립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증·만성질환은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관리하고, 상급병원 이용은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초기 진료를 의원급에서 받은 경우 본인부담금을 줄이거나 건강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수도권 병원 쏠림과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기반 의료 연계체계 구축, 주치의 중심 일차의료 강화,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세제 혜택 및 수가 가산 정책 도입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건강보험·요양보험 예산의 일부를 지방정부에 배분해 지역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기획·집행하도록 유도하는 분권화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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