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트럼프와 회담 무산…다음 기회는 24~26일 '나토 정상회의'
중동사태에 트럼프 긴급 귀국…17일(현지시간) 예정된 한미회담 불발
"가장 빠른 계기" 나토회의, 방미 회담 가능성…"관세협상 대비할 기회"
- 한재준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돼 이재명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일정을 하루 단축해 조기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빠른 대면을 통해 관세 및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 이 대통령의 구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미 행정부의 상호관계 유예 시한이 내달 8일로 다가온 만큼 이 대통령이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나 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시작할지 주목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귀국하게 돼 내일(17일, 현지시간) 예정돼 있던 한미정상회담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G7 초청국 정상이 함께하는 확대 세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요동치자 이날 급하게 귀국을 결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16일) 밤 정상과의 만찬 이후 (캐나다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확대세션에 맞춰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우리 정부에도 불똥이 튀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의 일방적 귀국 통보에 대해 "결례인 상황은 안다"면서도 "미국에서도 급박하게 결정돼 (보도가 나온) 즈음에야 연락이 와 알게 됐다"고 전했다.
위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국 결정을 인지하고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이 대통령 취임 12일 만에 이뤄지는 강행군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강행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정상 간 대화를 통해 관세 및 방위비 실무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통상 실무협상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경우 정상들이 만나 물꼬를 터주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일본 등 국가 정상과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타국 동향을 살피면서 협상을 이끌어 가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상견례를 통해 이른 시기에 상호 신뢰를 회복하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이 지연됐다. 이 대통령은 대미 협상을 위해 새 그림을 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4~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정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은) 가장 빠른 계기를 찾아 다시 주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나토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직접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방문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 구상이 틀어졌지만 외교가에서는 전화위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중동에 머물러 있는 사이 우리가 시간을 갖고 관세 협상에 대비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여러 국가 정상과 통상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16일 캐나다 주최로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서도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정상과 만나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민경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른 시일 내에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었는데 지연됐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방위비 분담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주목받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플러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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