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금속활자 책, 세계 인쇄 역사를 뒤바꾸다 [역사&오늘]
5월 29일,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공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453년 5월 29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전시회에서 한국의 고서 직지심체요절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이는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 금속활자본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석가모니와 역대 고승들의 설법을 요약한 불교경전인 직지는 1887년 당시 프랑스 공사로 조선에 부임했던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어 필사본실에 소장되어 있었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직지의 놀라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전 세계에 알린 이는 다름 아닌 한국의 역사학자이자 서지학자인 박병선 박사였다. 그는 1967년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며 수많은 고문헌을 조사하던 중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 전시됐던 직지의 실물을 발견하게 됐다.
박 박사는 이 책이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훨씬 앞선 금속활자본임을 이 사실을 도서관에 알렸다. 하지만 도서관 측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그는 직접 입증하고자 수십 년에 걸쳐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직지의 인쇄 방식, 종이의 특징, 활자 형태 등을 정밀하게 분석했고, 마침내 1377년 고려 청주 흥덕사에서 직지를 간행했다는 기록을 찾아냈으며, 이 절이 실재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직지심체요절은 마침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전시회에서 전 세계에 공표됐다. 이는 서양 중심의 인쇄술 발달사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았고, 인류 문명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직지는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다만, 외교관 플랑시가 합법적으로 수집해 간 것이어서 반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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