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공약집'에 깜깜이 선거…'슬로건'도 안 보여
[6·3 대선 D-8] 민주 27~29일·국힘 26~27일 공약집 예고
역대 가장 늦게 공약집 내놓아…유권자 '검증·비판' 피했다
- 박기범 기자, 서상혁 기자, 임세원 기자,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서상혁 임세원 손승환 기자 = 6·3 대통령 선거가 '깜깜이'로 치러지고 있다. 사전투표는 사흘, 본투표는 8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각 후보의 구체적 공약 이행 계획을 담은 공약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에서 공개한 10대 공약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전날(25일)로 재외국민투표는 종료됐고 26일부터는 선상투표가 시작된 상황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주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26~27일, 민주당은 27~29일 공개를 예상하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사전투표 전에는 공개를 하겠다는 의지이지만 정확한 공개 일자는 미정이다.
개혁신당은 공약집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개혁신당 측은 "공약집은 어르신들이 책자로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터넷(홈페이지) 등으로 공약을 잘 볼 수 있게 마련한 만큼 별도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약집은 각 후보의 공약과 함께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최근 전체 투표자의 절반가량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전투표 이후 공약집이 발표된다면 다수 유권자는 구체적 공약을 알지 못한 채 투표를 마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전투표 전에 공약집이 나오더라도 사전투표를 준비한 유권자 입장에서는 각 후보 공약을 제대로 보고 평가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공약집 공개가 늦는 이유로 '조기 대선'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급박한 선거 일정으로 인해 공약집 준비가 늦었다는 주장이다.
차기 정부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하는 만큼 공약을 신중히 검토해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투표 22일 전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11일 전에 공약집을 내놨다.
직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투표 13일 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5일 전에 각각 공약집을 제출했다.
이외에 16대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36일 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31일 전에 공약집을 내놨고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0일 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8일 전에 공약집을 공개한 바 있다.
21대 대선은 이에 따라 역대 가장 늦게 공약집을 내놓는 대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경쟁을 외치면서도 유권자의 알 권리를 외면하고 '검증'과 '비판'을 피했다는 지적이 적잖게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정책은 물론 슬로건이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책을 담은 공약집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후보의 슬로건이 안 보인다는 것"이라며 "7·4·7,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공정과 상식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일반 사람들이 정책을 들여다볼 시간, 판단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슬로건에서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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