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노무현 뭐가 비슷하지?…"도전 정신 투영" "득표 전략일 뿐"
"노무현과 닮은 정치 하고 싶다"…16주기 맞아 묘역 참배도
생애·정치철학 전혀 달라…전문가들 "노무현계 표심 확보 전략"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연일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험지 출마와 당내 경쟁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의 지지 속에 역전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내세우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행보를 보인 '도전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본인에게 투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과 이 후보의 정치 색깔은 상반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정치의 핵심은 기득권 타파이고 그 과정은 동서 화합과 지역균형 발전을 통한 통합의 길이다. 반면 이 대표는 장애인·여성·노인 등 소외층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탕으로 '갈리치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거둬들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3당 합당을 하자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그 모습, 어려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을 본인의 긴 여정 속에서 마다하지 않았던 그런 모습과 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험지, 부산에 출마한 것과 3당 합당을 거부하는 모습을 이 후보는 서울 노원병에 도전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소신에 투영한다.
최근 민주당 측에서 이 후보의 노무현 정신 계승 발언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신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할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에 언더독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 바람'이 불어 대통령에 당선됐듯이, 이 후보도 '보수의 노무현은 나다, 나는 그런 역사를 이룰 것'이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본인 쪽으로 단일화를 한다면 노무현처럼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수 진영에 던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은 삶의 역정과 정치 입문 과정, 정치 철학 등이 너무 달라 두 인물을 비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발탁 됐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최근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으로 탈당한 뒤 독자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에 저항하며 탈당했던 당시와 대응할 만한 접점은 없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내세우는 '노무현 정신'은 진정성보다는 선거 전략적인 측면이 부각된다는 분석이다. 진보 혹은 중도층 가운데 이재명 후보를 흔쾌히 지지하지 못하는 부동층의 표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자 중 친문계는 이재명과 결합했지만 노무현계는 결합되지 않고 민주당 안에서도 외곽에 있는데, 이 후보의 호소가 그 외곽을 때리면서 큰 힘이 된다"며 "노무현처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지더라도 할 건 한다는 도전 정신, 작은 정당에서 시작해 대통령이 된 노무현을 말하면 이준석이 가는 길이 설명되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재명 지지자 중 강성 지지층이 아닌 중도층의 표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언급"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원칙 있는 승리인데, 본인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점은 일맥상통할지 모르지만, 이 후보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신을 내세우는 것이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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