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트리·딥시크 키운 항저우, 인재흡수 중…'더 많은 용' 나온다
1㎢당 상장기업 1개 꼴, 항저우 빈장구 '해외인재 창업기지'
"기업이 씨앗이라면 정부는 싹 틔울 수 있는 토양 제공"
- 정은지 특파원
(항저우=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이 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항저우 6소룡'에 이어 7번째, 또는 8번째용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중국 IT 업계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항저우 육소룡'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딥시크,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게임사이언스, 브레인코, 매니코어를 지칭하는 '육소룡'은 항저우에 거점을 둔 AI·로봇 스타트업들이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과 같은 '1선도시'로 분류되지 않음에도 중국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인재를 유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항저우 내에서도 빈장구는 알리바바 본사, 하이크비전, 지리그룹, 유니트리가 탄생한 곳이다. 전체 빈장구의 면적은 72.2㎢에 불과하지만 상장기업은 74개에 달한다. 저장성 전체로 봤을 때 빈장구의 면적은 1000분의 1도 안되지만, 지난해 빈장구의 GDP 규모는 2800억 위안에 달하며 저장성 전체 GDP의 3.2%를 창출하고 있다.
대학생 창업 기업부터 강소기업, 성장성이 높은 가젤 기업 등이 대거 포진한 항저우시는 2014년부터 구(區)급 가젤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은 4차례에 걸쳐 개선됐고 10년간 2448개의 가젤 기업에 15억9600만 위안(약 3050억 원)을 특별지원했다.
빈장구에 위치한 '해외인재 창업기지'는 저장성이 해외인재 유치를 위해 지난 2012년 설립한 해외인재 혁신 창업 플랫폼이다. 이 곳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인재는 가장 소중한 자원입니다. 인재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혁신의 장점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으며 국가의 발전 사업에도 큰 희망이 될 것'이라는 문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해외인재 창업기지'는 과학기술 기업을 육성하고 고급 인재를 모으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현재 이 곳에 입주한 크고 작은 기업은 900여개에 달한다. 지난 10여년간 이 곳을 통해 9개의 상장사를 배출해냈고 5000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흡수했다.
적극적으로 해외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0년 빈장구가 추진한 '5050 계획' 덕분이다. '5050 계획'은 5년 이내에 50명의 국가급 전문가를 양성하고 50개의 연간 매출 1000만 위안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빈장구는 해당 계획을 내놓은 이후 매년 약 2억 위안의 자금을 배정했고 더 많은 글로벌 인재들이 이곳에서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인재도 '5050 계획' 범주 안에 포함시켰다.
해외인재 창업기지에선 해외인재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작업은 물론이고 투자 유치, 커뮤니티 시설 등도 제공한다. 창업자라면 이 곳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창업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요에 따라 기업들을 모아 좌담회를 개최하거나 이 곳에 있는 인재가 정부의 일부 자원과 연결할 수 있도록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예비 기업인들에 대한 지원도 있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으로 해외인재들의 집값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입주 임대료를 외부의 일반 오피스 빌딩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이 연구 개발을 진행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창업 경진대회에 나갈 수 있도로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창업기지 인근에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시설을 건설중이기도 하다.
이 곳 입주한 마인드엔젤 창업자 쑹싱 씨 역시 뉴질랜드 유학파 출신이다. 2014년 이 곳에 입주했다고 밝힌 쑹 씨는 이 곳에서 뇌-인터페이스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뇌파를 이용한 휠체어를 만들어 이미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는 "첨단 기술 제품이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소위 '죽음이 계곡'이라고도 한다"며 "이 곳에서는 상응하는 기술에 대한 자금의 일부 보조금도 있고 전체 마케팅이나 홍보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쑹 씨는 항저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과학기술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항저우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옌춘 빈장 해외인재 창업기지 전문 연구원은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씨앗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토양이 잘 깔려 있다면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적극적 해외인재 유치 노력에 따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80% 수준이던 입주율은 거의 100%를 기록 중이다.
이와 함께 집적회로(반도체), 인공지능, 저공경제 산업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동반되고 있다고 왕옌춘 연구원은 밝혔다.
이 곳에 입주한 기업들 중에 제2의 유니트리나 딥시크이 탄생할 거란 기대도 크다. 왕 연구원은 "이 곳에 입주한 기업들 중에서는 스스로 '우리는 7번째 용이 되고자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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